재회 상담은 왜 이렇게 비싼가
재회 상담을 꽤 고가로 판매했던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는데 ‘재회 상담’은 아주 효과적인 품목이다.
이별은 고통이다
이별을 누군가는 죽음이라고 받아들인다. 이제 상대를 못 보기 때문이다. 물론 어딘가 살아있겠지만 못 본다면 죽은 거나 다름 없을 거다. 아주 큰 고통이다.
마케팅에서도 비타민보다는 진통제가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고 한다.
여자를 더 잘 만나게 해주는 건 비타민이다.
하지만 잘 만나던 여자와 헤어졌을 떄 필요한 건 진통제다.
여자를 더 잘 만나게 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여자를 안 만났어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쌌다.
하지만 이별했을 때는 전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쌀 수 없다. 고통스러워서다.
우리는 고통을 낫게 해주는 것에는 큰 돈도 지불한다.
그래서 희귀 약 같은 경우, 가끔 정부가 개입해서 너무 많이 받지 말라고도 하는 거고.
이별은 별 거 아니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이별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아니다.
이별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누군가를 만나는 이도 있고
이별하기도 전에 다음 만날 사람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절단이나 골절시에는 누구나 병원에 가는데, 심리적 문제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많은 심리, 정신 쪽에서 호르몬 변화로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은 문제를 겪어도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여서 여전히 믿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거 같다)
그래서 이별은 돈이 된다
이별은 누구에게는 너무 큰 문제고, 누구에게는 너무 작은 문제다.
말하기도 민망할 거다. 내게는 큰 고민인데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니어서 속상한 경험이 다들 한 번씩 있으니까.
그래서 검색하는 이들이 많을 거 같다.
검색은 우리의 말보다 솔직한 존재다. 언제 독감이 유행할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지, 사람들이 얼마나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금기된 욕망을 품고 있는지 검색어는 보여준다.
이별의 고통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아니라서 감은 안 오지만
‘재회 가능성’
‘이별 상담’
이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조금 더 자연어에 가까운 단어들이 많다.
그래도 재회 상담은 가치가 있다
비판의 여지도 있다.
공인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상담한다는 것이 하나.
또 하나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일 테다.
두 가지 다 쉽게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첫 번째, 자격
최근 부부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출연하는 상담사 중에 공인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밑에 가격과도 이어지겠지만, 사람들이 지불하는 가격과 가치에서 만족을 느낀다면, 자격은 어느 정도 뒤로 밀려나는 게 맞는 거 같다.
동네 미용실은 컷이 2만원이고, 청담동은 6만원이면 당연히 전자로 가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아니다. 굳이 후자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머리를 자른다’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잘 자른다’와 높은 가격에서 오는 어떤 느낌이나 서비스, 대우도 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격
고객은 원가를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처럼 패션병자 같은 애들이나 원단이 옷의 10~20%고 백화점 옷은 10배수 잡고 제작한다 이딴 얘기를 달달 외우지.
중국에서 제작하는 아이폰의 원가는 얼마인가 그럼?
플라스틱 쪼가리인 안경의 원가는 얼마인가?
건기식의 원가는?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은 만족과 가치, 내 기대치를 충족해주냐 정도에서 올 뿐이다.
특히 상담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풀어주고 돌아보게 만드는데 극도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돈을 내고서라도 상황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만드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람이 행동하고 참게 만들어주는 챌린저스도 돈을 벌고,
책 읽고 떠드는 독서모임
16:16 와인모임에도 돈을 내는데 말이다.
챌린저스의 가격은 내가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과 허무감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이고,
독서모임은, 사람들을 만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비용이다.
와인모임은 듀x나 가x같은 서비스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저렴하다.
가격은 고객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와 만족감에서 올 뿐이다.
결론
적다보면서 느낀 건, 이런 시장이 아직도 많을 거 같다는 거고 미래에는 어떤 가치를 넘어서 성과와 결과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나 제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거다.
‘리필드’가 탈모는 빠진 건 채울 수 없고, 빠지기 전에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시작한 걸로 아는데, 어떠한 사실이나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면 계속 의심받고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뭐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사라져야 맞지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