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트리즈) :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
TRIZ(트리즈, Теория Решения Изобретательских Задач)는 러시아의 발명가이자 공학자였던 게닌리흐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가 1946년경부터 수십만 건의 특허를 분석하면서 시작된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입니다.
알츠슐러는 기술 혁신이 “완전히 랜덤한 영감의 결과”가 아니라, 산업을 가로질러 반복되는 공통 패턴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 패턴을 정리해:
기술 시스템 진화의 법칙(라인)
모순(Contradiction) 모델
40가지 발명 원리(40 Inventive Principles)
ARIZ(발명 문제 해결 알고리즘)
Su-Field(물질–장) 모델과 표준해
같은 도구 세트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TRIZ입니다.
1. TRIZ의 핵심 철학: 이상, 모순, 패턴
1-1. 이상적 최종 결과(IFR: Ideal Final Result)
TRIZ에서 말하는 이상적 최종 결과(IFR)는 “시스템의 다른 성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변화로 문제를 완전히 없애는 상태”를 뜻합니다.
비용·부작용은 최소
원하는 기능은 최대
추가 자원 투입은 거의 없음
IFR의 역할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도록, 문제 정의 단계에서 사고의 틀을 풀어 주는 데 있습니다.
“돈, 시간, 조직 제약을 잠시 잊고,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TRIZ는 이 IFR을 먼저 그려 놓고, 그 방향으로 가까워지도록 설계·개선을 반복합니다.
1-2. 모순(Contradiction): 타협이 아니라 ‘모순 제거’
TRIZ가 보는 문제의 본질은 모순(Contradiction)입니다.
기술(엔지니어링) 모순
“어떤 성능을 높이면 다른 성능이 나빠지는” 상충
예: 제품을 가볍게 만들면 내구성이 떨어진다.
물리적 모순
“한 속성이 동시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요구되는 상태”
예: 한 부품은 크면서도 작아야 한다.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접근은 “중간값 타협”입니다.
TRIZ는 이와 반대로, “모순을 제거하는 해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둘 다 만족할 수 없으니 중간에서 적당히…”가 아니라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구조를 찾자.”
이 모순 개념을 기반으로 TRIZ의 여러 도구가 연결됩니다.
2. TRIZ의 대표 도구 상자: 무엇으로 푸나?
TRIZ는 단일 기법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묶은 방법론입니다. 핵심 도구를 간단히 지도처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1. 40가지 발명 원리(40 Inventive Principles)
40원리는 서로 다른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혁신 패턴의 기본형(型)입니다.
예를 들어:
분할(1) – 나누기, 모듈화
제거(2) – 빼기, 없애기
국소품질(3) – 전체가 아닌 필요한 부분만 성능 강화
결합(5) – 기능·부품 결합
선행행위(10) – 미리 해 두기, 선제 작업
동적화(15) – 상황에 따라 변하는 구조/파라미터
다차원화(17) – 1D→2D→3D 등 차원 확장
중간매개체(24) – 직접이 아닌 매개체를 통한 작용
자기서비스(25) – 시스템이 스스로 서비스/정비
복수복제(26) – 여러 개 복수화
값싼 단명체(27) – 싸지만 일시적/일회용 구조
에너지·장 전환(28) – 기계 → 유체/전기/자기장 등
복합재료(40) – 재료 조합으로 특성 최적화
실무에서는 문제를 추상화 → 해당하는 40원리를 매칭 → 구체 아이디어 발산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2-2. 모순행렬(Contradiction Matrix)
모순행렬(알츠슐러 매트릭스)은 기술 모순을 이렇게 모델링합니다.
“향상하려는 파라미터 vs 악화되는 파라미터”
이 두 축을 교차한 칸마다, 과거 특허에서 자주 쓰인 40원리 조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무게를 줄이려 하면 강도가 떨어진다” → 해당 칸에서 제안된 40원리 후보 확인
빠르게 “어디서부터 생각을 풀지” 힌트를 얻는 데 좋습니다.
다만 TRIZ 전체 중 일부 도구일 뿐이며, 모든 문제를 커버하지는 않습니다. 빈칸도 있고, 최신 시스템에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참고용 스캐폴드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2-3. 분리원리(Separation Principles)
물리적 모순(동시에 A이면서 B여야 하는 모순)을 풀기 위한 네 가지 기본 전략입니다.
시간 분리
시간대를 달리해서 A와 B를 번갈아 만족
예: 평소에는 단단하지만, 특정 온도/시간에만 부드러워지는 소재
공간 분리
위치를 달리해 A와 B를 각각 만족
예: 한 부분은 두껍고 다른 부분은 얇은 구조
조건/상태 분리
조건(온도, 압력, 속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발현
예: 특정 환경에서만 전도성이 생기는 재료
부분–전체 분리
전체는 A지만, 일부는 B이도록 설계
예: 전체적으로는 단단하지만, 일부만 유연한 하우징
“같은 시간·같은 장소·같은 조건이어야만 하나?”라고 계속 묻는 것이 분리원리의 핵심 사고 방식입니다.
2-4. ARIZ(발명 문제 해결 알고리즘)
ARIZ(Algorithm of Inventive Problem Solving)는 TRIZ의 심장부에 가까운 고급 알고리즘입니다.
표준 도구(40원리·행렬)로 풀기 어려운 비정형·난제에 사용
문제를 압축·재정의하면서 핵심 모순을 파고드는 단계적 절차
전형적인 ARIZ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 상황을 재정의하고, 핵심 모순과 IFR을 명확히 표현
시스템 내부·환경에 있는 자원(Resource)을 정리
모델링(Su-Field 등)과 물리·화학·효과(Effect)를 동원
발명적 해결 가설을 도출하고 검증
학습 난이도는 높지만, “정말 막힌 문제를 뚫을 때 쓰는 마지막 그물망” 역할을 합니다.
2-5. Su-Field(물–장) 모델 & 76개 표준해
TRIZ는 시스템을 물질(S: Substance)–장(Field)–물질(S) 구조로 단순화해 다룹니다.
S1–F–S2 형태로 모델링
S1: 작용 주체(툴)
F: 장(힘, 에너지, 전기, 자기, 열 등)
S2: 대상(오브젝트)
이 모델에서:
유해 작용을 어떻게 없앨지
불충분한 작용을 어떻게 강화할지
검출·측정을 어떻게 개선할지
등을 다룰 수 있도록 정리해 둔 것이 76개 표준해(Standard Solutions)입니다.
즉, 문제 유형별로 “이럴 땐 이렇게 수정하라”는 정석 변환 규칙에 가깝습니다.
2-6. 기능·가치 분석(FA/FCA) & 트리밍(Trimming)
TRIZ는 시스템을 기능(Function)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제품·공정을 기능망(Functional Model)으로 그립니다.
누가(요소) 누구에게(대상) 무엇(유용/유해 기능)을 하는지.
각 기능에 가치(유용성 vs 비용)를 매기고,
가치가 낮거나 유해한 기능을 찾아냅니다.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단계를 없애거나(트리밍)
역할을 다른 요소로 이관해 시스템을 단순화합니다.
트리밍의 핵심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부품/단계를 없애도, 시스템이 같은 기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TRIZ는 “추가”보다 “삭제”를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특징입니다.
2-7. 9윈도(시스템 오퍼레이터) & STC 오퍼레이터
9윈도(9 Windows, System Operator)는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히는 렌즈입니다.
세로축: 하위 시스템 – 시스템 – 상위 시스템
가로축: 과거 – 현재 – 미래
총 3×3 격자에서 문제를 보며:
시스템을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지 않은지
상위/하위 시스템에서 더 쉬운 해결책이 없는지
미래 상태에서는 문제가 어떻게 달라질지
를 점검합니다.
STC(크기–시간–비용) 오퍼레이터는 상상력을 푸는 도구입니다.
크기(Size), 시간(Time), 비용(Cost)을
0으로 줄여보기
무한대로 키워보기
같은 극단적 사고 실험을 통해 심리적 관성(“원래 이런 것”)을 깨는 역할을 합니다.
2-8. 진화 경향(법칙·라인) & S-커브
TRIZ는 수많은 기술 사례를 분석해 기술 시스템의 반복되는 진화 경향(라인)을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적 → 동적화
단일 → 분할·다중화
거시 구조 → 미시 구조
수작업 → 자동화·자기서비스
저차원 → 고차원(다차원화)
또한 기술·제품의 성숙도를 S-커브(태동–성장–성숙–쇠퇴)로 읽어,
“지금 해법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다음 곡선으로 점프할 타이밍은 언제인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합니다.
3. TRIZ 문제 해결 ‘표준 절차’: 현업용 체크리스트
TRIZ를 실무에서 쓸 때는 보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합니다.
3-1. 문제·시스템 정의
9윈도로 범위를 잡습니다.
상위/하위 시스템, 과거/현재/미래 시점에서 문제를 다시 보기
IFR(이상적 최종 결과)를 문장으로 써 봅니다.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고,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3-2. 기능 모델링
시스템을 기능망으로 그립니다.
각 요소가 어떤 유용/유해 기능을 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비용과 손실이 많이 나는지
이는 이후 트리밍·자원 탐색·표준해 적용의 기초가 됩니다.
3-3. 모순 모델링
기술 모순 정의
“어떤 파라미터를 개선하면, 어떤 파라미터가 나빠지는가?”
모순행렬 → 관련 40원리 후보(3~5개) 선택 → 아이디어 발산
또는 물리적 모순으로 재정의
“한 요소가 동시에 A이면서 B여야 한다면?”
시간/공간/조건/부분–전체 분리원리로 해소 경로 찾기
3-4. Su-Field & 표준해 적용(필요 시)
상호작용을 S1–F–S2 형태로 간단히 모델링
유형에 따라 유해 작용 제거/우회, 불충분 작용 증대, 검출 개선 등
해당 카테고리의 표준해를 적용해 구조 변경 아이디어 도출
3-5. 자원 탐색(Resource Analysis)
시스템 안과 주변 환경에 있는 공짜/미활용 자원 목록화
공간, 시간, 공기, 열, 중력, 진동, 데이터, 대기 시간 등
“새로운 부품을 추가하기 전에, 이미 있는 자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가?”를 먼저 검토합니다.
3-6. 트리밍·설계 통합
기능 유지 조건에서 부품/단계 삭제를 기본 가정으로 검토
기능을 다른 요소로 이관하거나, 환경/사용자에게 맡기는 구조 설계
최종적으로 UX·설계 스펙·프로세스로 통합
3-7. 진화 경향·S-커브 점검
현재 해법이 어느 진화 라인에 있는지, S커브 상 위치는 어디인지 확인
“이번 해결안이 다음 세대의 발판이 되는가, 아니면 이미 구식 라인에 남는가?”를 진단
3-8. 난제라면 ARIZ
일반 도구로 풀리지 않는 고난도·비정형 문제라면
ARIZ의 단계에 따라 문제 재정의 → 모순 압축 → 자원·효과 동원 → 발명 가설 생성으로 진행합니다.
4. 미니 실습 예시 ① 엔지니어링: 얇은 노트북 vs 발열
문제
“노트북을 더 얇게 만들면 발열/소음이 악화된다.”
4-1. 기술 모순
개선 파라미터: 두께 감소(슬림 디자인)
악화 파라미터: 열 방출 성능, 소음
모순행렬 + 40원리를 적용하면 예를 들어 이런 방향이 나옵니다.
국소품질(3) – 전체 두께를 줄이되, 열원 부근만 열전달 경로·면적을 강화
중간매개체(24) – 방열판과 공기 사이에 베이퍼 챔버, PCM 같은 매개체 사용
동적화(15) – 부하 상태에 따라 통풍구 개방/팬 RPM/에어 플로우를 가변
4-2. 물리적 모순 & 분리원리
“표면적은 작게(슬림) 유지하면서도, 크게(방열) 해야 한다”는 물리적 모순으로 바꿔 보면:
시간 분리 – 고부하 시에만 측면 마이크로벤트/액티브 셔터 개방
공간 분리 – 힌지·후면부에만 ‘두꺼운’ 히트싱크 포켓 확보
조건 분리 – 온도가 특정 수준 이상일 때만 PCM이 상변화를 하며 열을 흡수
4-3. Su-Field & 트리밍
S1(SoC) → F(열) → S2(공기) 관계에서 불충분 작용 문제로 모델링
표준해에 따라 추가 장(전기/음향/자기)을 이용한 강제 대류, 진동으로 열막 파괴 등의 구조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트리밍 관점에서는 별도 히트스프레더를 줄이고, 외장 커버 자체를 히트싱크로 활용하는 역할 이관 설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5. 미니 실습 예시 ② 서비스·비즈니스: 카페 대기시간 vs 맞춤화
문제
“카페에서 대기시간은 짧게 유지하면서, 고객 맞춤화는 유지하고 싶다.”
5-1. 물리적 모순 & 분리원리
“서비스는 빠르면서도 풍부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분리원리로 풀면:
시간 분리
출근 시간대 → 사전 주문 + 픽업 전용 라인으로 속도 극대화
한가한 시간대 → 바리스타와의 대화·추천을 통한 커스터마이징 확대
공간 분리
매장 내 ‘익스프레스 라인’과 ‘라운지 라인’을 분리
익스프레스는 빠른 픽업 중심, 라운지는 경험·머무름 중심
조건 분리
‘즐겨찾기 레시피’를 가진 단골 고객 → 앱에서 원터치 주문
신규 고객 → 큐레이션 대화, 추천 옵션 제안
5-2. 40원리 비즈니스 적용
분할(1) – 메뉴/동선/고객 세그먼트 분할
선행행위(10) – 앱에서 사전 주문·사전 결제
중간매개체(24) – 픽업 락커, 키오스크, 번호표 시스템
자기서비스(25) – 고객이 직접 픽업·테이블 번호 입력 등
TRIZ의 40원리는 공학뿐 아니라 서비스·교육·경영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6. 마무리: TRIZ를 실무에서 섞어 쓰는 법
정리하면, TRIZ의 강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협이 아닌 모순 제거를 목표로 한다.
문제를 추상화해 공통 패턴(40원리·표준해)으로 연결하고,
다시 구체 설계·프로세스로 내려오는 재현 가능한 절차를 제공한다.
실무에서는 보통 이렇게 혼합해 쓰면 효과가 큽니다.
속도:
모순행렬 + 40원리로 빠르게 발상 폭 늘리기
완성도:
분리원리, 기능·자원 분석, 트리밍으로 구조·비용·복잡도 개선
중장기 로드맵:
진화 경향·S-커브로 기술·제품 전략 수립
난제 해결:
ARIZ를 마지막 단계의 심층 분석 도구로 활용
이 글을 기반으로, 지금 다루고 있는 제품/공정/서비스 문제를 하나 정해서
IFR 문장 쓰기
기술/물리적 모순 정의
40원리/분리원리·트리밍 후보 뽑기
까지 해 보면, TRIZ가 “이론”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실무 도구라는 느낌이 금방 올 거예요.
결론: TRIZ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문제 해결 체계’
TRIZ(트리즈)는 “천재적인 직감”을 기대하는 기법이 아니라, 수십만 건의 특허·기술 사례에서 검증된 패턴을 정리한 문제 해결 언어에 가깝습니다. 물론 TRIZ만으로 모든 문제가 자동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도메인 지식, 데이터, 사용자 이해, 조직 현실과 결합할 때 비로소 쓸모있는 도구가 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스토밍”에서 “모순–원리–표준–트리밍–진화”처럼 이어지는 재현 가능한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다면 TRIZ는 그 전환을 돕는 가장 탄탄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