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는 왜 망하고, 왜 노션은 살아남았는가
둘 다 “프리미엄(freemium)” 깃발을 들고 출발했지만, 결말은 꽤 다르게 흘렀습니다. 한쪽은 초반에 잘 가다 미끄러졌고, 다른 한쪽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팀·기업 시장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했죠. 에버노트와 노션, 두 회사의 갈림길을 돈 버는 방식, 사용자 확장법, 조직·제품 철학, 결정적 사건들로 차근히 풀어볼게요.
1) 같은 프리미엄, 전혀 다른 해석
에버노트는 초기에 무료 기능을 넉넉히 풀어 대규모 유입을 만들고, 필요해지면 유료로 올리는 정석 루트를 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점이 코어 바깥으로 샜어요.
‘Business’ 요금제를 붙이고, 2013년에는 아예 Evernote Market로 굿즈(노트·가방·스틸러스 등)까지 팔았죠. 문제는 그 사이 메인 앱의 품질·속도·안정성에 대한 사용자 피로가 쌓였다는 점. 결정타는 2016년의 무료 계정 두 기기 제한 + 유료 가격 인상이었습니다. 커뮤니티 반발이 거세게 터졌고, “무료로 쓰던 경험”의 상실감이 이탈을 키웠습니다.
노션은 반대로 길을 단순화했죠. 2020년에 개인 플랜을 완전 무료로 전환하고(블록 제한 제거. 초기 사용자에겐 상당한 불만이었스빈다), 돈은 팀/기업 플랜에서만 받는 구조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 선택이 허들을 지워주면서 학생·프리랜서·초기 팀이 한꺼번에 유입됐고, 코어 제품(문서·DB·위키·프로젝트)을 한 화면에서 엮는 올인원 워크스페이스 가치가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개인은 편하게 쓰게 하고, 진짜 돈 되는 가치는 협업에서 뽑는 설계였죠.
지금도 학생, 선생님, 학교에는 거의 무료로 뿌리고 있습니다.
숫자로도 분위기가 보입니다. 외부 집계에 따르면 노션 매출은 2023년 약 2.5억 달러 → 2024년 4억 달러(+60%)로 점프했고, 유저 규모는 1억+로 집계됩니다(유료 고객 400만+ 추정). 거기에 2021년 기업가치 100억 달러 라운드로 데카콘에 진입했습니다.
2) 사용자 확장과 마케팅: “유저가 전도사”가 되는 구조
에버노트는 2010년대 초반 지식노동자와 생산성 얼리어답터에게 거의 상징 같은 앱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료층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기능 제한·가격 인상이 나오자, 심리적 마찰이 크게 생겼죠. 이후에도 정책 논란과 보안·프라이버시 이슈 등이 신뢰를 갉아먹었습니다(2013년 대규모 비밀번호 재설정, 2017년 개인정보 정책 반발 후 철회 등). 작은 금이 간 신뢰는 생각보다 빨리 퍼집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free를 버리고, 보안 및 해킹 문제 등도 터지면서 근본이 흔들렸다는 게 제일 큰 거 같네요)
노션은 정반대의 엔진을 달았습니다. 광고보다 커뮤니티·템플릿 생태계가 핵심 유입원. 유튜브·블로그·트위터에서 사용자가 만든 활용법과 템플릿이 끊임없이 공유되면서 자연 유입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지역별 앰배서더·크리에이터, 캠퍼스리더, 챔피언 등등등 사용자 모임이 자발적으로 확산을 밀었습니다. “예쁘고 공짜인데 팀에서 같이 쓰면 더 강력하다”는 구전 메시지가 CAC를 낮추고 리텐션을 끌어올린 셈이죠.
(이런 메모, 생산성 앱은 초반에는 흥미를 끌지만 상당수 대중에게는 “그래서 깔아서 어떻게 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초반에 설치 → 양식 → 사용 절차를 템플릿으로 대폭 단축시킨 건 정말 현명한 결정 같습니다. 책 디커플링이 떠오르네요)
3) 성장과 자본: PMF 전 절약, PMF 후 가속
자본 전략에서도 타이밍이 갈랐습니다.
에버노트는 비교적 초기부터 큰돈을 끌어오며 해외 지사·조직을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제품의 정체성은 점점 흐려졌습니다. 2015년 전후로 감원·지사 폐쇄·CEO 교체가 이어졌고, 결국 2023년에 Bending Spoons에 인수되며 독립 여정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인수 후 미국 인력의 대규모 정리와 유럽(이탈리아) 중심 운영 전환도 상징적이었죠.
노션은 초반을 부트스트랩에 가깝게 버티며 제품 숙성에 시간을 썼고, 2018~2021년 제품-시장 적합성(PMF)이 확인되자 대형 라운드로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 2021년 10월 2.75억 달러 투자, 기업가치 100억 달러가 바로 그 신호죠. 그 이후의 매출·유저 성장이 “검증 후 확장” 전략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줍니다.
4) 제품·조직 철학: 초점·민첩성·연속성
에버노트의 가장 큰 문제는 코어에서 눈을 뗀 순간들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별도 앱(Hello, Food 등)과 마켓은 브랜드를 lifestyle로 넓히려는 시도였지만, 코어 앱의 품질·완성도가 흔들릴 때엔 오히려 역효과였습니다. 시장은 1인 메모에서 실시간 협업과 클라우드 기반 문서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는데, 대응이 한 박자씩 늦었습니다. 조직 측면에선 리더십 교체가 잦아 제품 철학의 연속성이 약해졌고, 의사결정 우선순위도 흔들렸죠.
노션은 반대로 “한 제품”에 모든 에너지를 모았습니다. 문서·DB·위키·프로젝트를 같은 블록 모델로 통합하고, 매달 쌓이는 업데이트로 사용성의 틈을 메웠죠. 가장 오랫동안 꼽힌 니즈였던 오프라인 모드도 2025년 정식 도입해 모바일·데스크톱에서 연결 없이 작성·편집을 지원합니다. “유저가 정말 원하는 것”에 투자하고, 어려운 과제라도 끝내는 태도가 신뢰를 만들었습니다.
5) 결정적 갈림길
에버노트
(2013 전후) 굿즈·파트너십 등 비핵심 확장이 화제는 모았지만, 코어 개선은 더뎌짐.
(2016) 무료 두 기기 제한 + 요금 인상 → 충성 사용자 신뢰 손상, 경쟁 대안(원노트·애플 노트) 대비 매력 약화.
(2015~2018) 감원·임원 이탈·CEO 교체로 연속성 붕괴.
(2023) Bending Spoons 인수, 미국 인력 대거 정리, 유럽 중심 재편.
노션
(2020) 개인 무료화로 허들 제거 → 커뮤니티 바이럴 가속.
(2021) 데카콘 라운드(기업가치 100억 달러)로 스케일업 기반 확보.
(2024~2025) 매출 4억 달러(’24, +60%), 유저 1억+ 등 외부 지표 확장.
(2025) 다년간의 요청을 반영한 오프라인 모드 정식 출시로 제품 완성도 보강.
6) 스타트업 관점의 교훈
코어에 집착: 옆길(굿즈·사이드앱)보다 메인 가치의 속도·품질·완성도를 먼저.
수익화 타이밍: 무료 → 유료 전환은 신뢰를 깎지 않는 방식으로, “누구에게 과금할지”를 분명히. (개인 무료·팀 과금 같은 구조가 대표적.)
돈은, 돈 있는 사람한테 걷고, 돈 있는 사람한테 걷기 위해서는 돈 없는 사람에게도 알려져야 한다 B2B 기업들이 B2C 콜라보하는 것도 괜히 하는 건 아님커뮤니티 엔진화: 템플릿/UGC가 CAC를 낮추고 리텐션을 올리는 가장 저렴한 성장 동력.
연속성: 리더십이 바뀌어도 제품 철학·우선순위는 끊기지 않게 제도화.
요청 수렴: 오프라인처럼 오래된 페인포인트라도 끝까지 해결해 신뢰를 만든다.
마무리
선점이 영원한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아요. 사실 꽤 많은 선두주자가 망하기도 하고, 독점하기도 하고 해서 케이스가 워낙 많지만 결국 어떤 방향과 의사결정을 내리는지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에버노트의 코스는 “초기 질주 → 초점 이탈 → 정책 역풍 → 재편”
노션은 “제품 몰입 → 개인 무료화 → 커뮤니티 가속 → 팀/기업 수익화 → 오프라인”
결국 지속 가능한 집중과 사용자 신뢰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초기에는 에버노트 대체, 에버노트 비슷한 툴 이런 키워드로 노션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노션이 원탑으로 올라선 지금은 노션 대체, 노션 비슷한 이런 키워드로 또 대체재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쉽게 대체되진 않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