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들은 종이책을 낼까? 회사들의 출판사례
디지털 시대에도 기업이 굳이 ‘종이책’을 내는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책은 신뢰·깊이·보존성에서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 한 권이 문화의 표준이 되거나, 고객 여정의 퍼널을 촘촘히 잇거나, 브랜드를 고해상도로 각인시키거나, 심지어 영웅담처럼 감정을 흔들기도 한다. 아래는 최근 경향과 유형, 그리고 우리 회사가 어떤 책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다.
왜 요즘 기업들은 책을 내는가?
나도 책을 냈지만, 책을 낸 기업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처음엔 유명해지려고, 전문성 있어보이려고 등 단순하게 생각했다.
인구 90%는 책을 읽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구 99.9%는 책을 써보지도 못한다.
더 적은 사람이 쓰니까 책을 쓴다는 건 위엄있다. 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출판을 고민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더 큰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거다. 이것도 역시 제작자 입장이 되어보니까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저 정도로 유명한가?
이 책은 기업이 유명한데 왜 망했지?
이 책은 왜 이렇게 썼지?
왜 이 책은 CEO 이름이 있고, 어떤 건 없지? 등
기업들의 출판 유형
출판된 책들은 아래 적어뒀다. 이번 목차에서는 그 유형을 나눠본다.
기업들의 바이블
하드씽 같은 류. A16Z 사람이 썼다. 코인이나 웹3를 좀 보는 나도 이 회사를 최근에 알았는데 하드씽이 A16Z 사람이 쓴 걸로 알고 사는 사람은 드물 거다.
넷플릭스 <규칙 없음> 아마존 <순서 파괴> 이런 것도 비슷한 류일 거다.
최근에 오프라인에서 아주 유명한 국내 스타트업 대표님이 넷플릭스 책을 전 직원에게 뿌리고, 넷플릭스 조직문화팀과 매년 긴밀한 미팅을 갖는다는 걸 들었다.
한 기업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것뿐인데, 그 기업이 너무 뛰어나고 위대한 나머지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 학습이 되는 기분이 드는 걸까?
파는 상품의 퍼널
무료 자료 뒤 유료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책값 2만원 정도에 꽤 좋은 80정도의 가치를 준다. 그리고 나머지 95까지 채우기 위한 15정도의 지식과 실행방안은 강의로 판매. 잘은 안 보이는 유형이다.
우리회사 괜찮아요, 브랜딩
개인적으론 다이소와 최근에 쏟아지는 유니클로 책이 그런 류라고 생각한다. 유니클로는 뽀빠이 편집장을 데려와서 무료 잡지를 뿌릴 정도로 문화와 브랜딩에 진심인데, 책을 내는 이유도 분명히 있을 거다.
다이소도 일본 다이소 등 루머가 많았고, 너무 많아지고 소비가 늘면서 이미지 소비가 심했을 거 같다. 그런데 제목부터 근본이었고, 내용도 서사가 너무 좋았다.
자서전
대기업 회장님이나 잘난 분들이 종종 쓰는데 개인적으론 스토리가 없으면 별로라고 본다. 누구나 자신 인생이 드라마 같고 제일 재미있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스포츠가 있는 시대에 남의 일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겠는가.
위인전(삼국지)
나이키 슈독 같은 사례. 년도별로 발생한 일과 사건을 다루는데 안에서 배울 게 많다. 역사가 깊은 회사나 브랜드, 인물에게서 보이는 형태다.
브랜딩 책
아파트멘터리의 아파트의 역사, 토스의 머니북 같은 책. 책 전반에 브랜드가 엄청 드러나진 않지만, 이 브랜드가 해당 분야에 이렇게까지 진심이구나를 전달한다.
기업들의 출판 사례
물론 예전에도 기업이 책은 썼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토스랑 배민이 쓴 책이 거의 각각 5권 10권은 될 거다. 대충 검색해도 나오는 건 뺐다.
유난한 도전 토스
대체되지 않는 사람 퇴사왕 이형
비즈니스는 사랑입니다 가인지
city dilema 쏘카
배민다움 배달의 민족
실패를 통과하는 일 퍼블리 박소령
이게 무슨 일이야 배달의 민족
미친성장 토스
순서파괴 아마존
프리워커스 모빌스
규칙 없음 넷플릭스
다이브 딥 쿠팡
리스타트 야놀자
리모트 37signals
스타트업 HR 팀장들 원티드
그 회사의 브랜딩 강남언니
슈독 나이키
지적자본론 츠타야
천원을 경영하라 다이소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
크래프톤 웨이 크래프톤
하이아웃풋 매니지먼트 인텔
하드씽 a16z
매출 500억 미용실을 만든 시스템 설계법 일본미용체인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인텔
월마트, 두려움 없는 도전 월마트
그냥 하는 사람 파파레서피
놀라운 환대 레스토랑
직원들이 회사를 샀다 한국종합기술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동원참치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고기리막국수
무인양품의 90%가 구조다 무인양품
언카피어블 스퀘어
쥬비스 다이어트 쥬비스
초격차 삼성
이렇게만 하면 장사는 저절로 됩니다 라라브레드
디즈니만이 하는 것 디즈니
딜리버링해피니스 자포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틀려라 트일 것이다 스픽
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 세아상역
너무 유명한 사례는 뺐다. 각 책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도 뺐다. 평가는 나뉠 거 같아서.
느낀 점
최근 박소령 님이 낸 책은 꽤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이야기나 자랑이 아니고, 위에 그 어떤 유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진짜 기업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쓴 게 아니라 개인이 쓴 책이기 때문일 거다. 가히 한 사람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저런 책을 낼 수 없을 거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작가가 아니다. 책을 팔아치울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없고, 대중은 책을 안 읽는다. 대체 회사는 어떤 책을 써야 하는가?
강남언니 책도 좋았다. 회사가 겪은 고난과 극복을 풀어내면서, 본인의 일에 대한 철학도 담아냈다. 저자 개인과 회사를 동시에 치켜세워주는 좋은 방향이었다. 하지만..
책은 너무 개인적이어서도 안 되고(기업에서 내는 거라면)
너무 회사 사정에 대한 것이여서도 안 된다(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스토리를 담기에는 세상에 너무 좋은 이야기가 많고(회사 생활이 재밌겠냐)
정보를 담으면 회사의 색깔이 흐려진다 (물론 좋은 ‘책’은 되겠지만)
책과 동시에 회사가 유명해지고 위대해져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 책이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베스트지만 불가능할 거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일이든 글이든 하나의 한 가지 목적만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회사에서 겪는 문제들은 늘 양 극단을 다 챙겨야한다는 게 문제다. 어렵다 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