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무비랜드 후기 – 가격 그 이상의 경험을 주는 작은 영화관

성수동의 독립 영화관 ‘무비랜드’ 방문 후기. 영화 상영뿐 아니라 공간, 환대, 굿즈, 대기 경험까지 섬세하게 설계된 특별한 영화 체험을 담았습니다. 기존 영화관과는 다른 새로운 관람 경험이 궁금하다면 방문해보세요
성수 무비랜드 후기 – 가격 그 이상의 경험을 주는 작은 영화관

성수 무비랜드에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았다. 영화관이 영화 상영을 위한 장소라면, 무비랜드는 진짜 하나의 체험을 위한 공간(랜드) 같았다. 오늘은 성수동 한켠에 조용히 위치한 무비랜드에 다녀온 후기를 적어본다.

무비랜드란?

무비랜드는 예전에 유튜브 모티비로, 퇴사 과정과 독립 과정을 그린 유튜브 채널이 만든 영화관이다.

3번째 영상이 나름 유튜브에서 핫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조회수 7만도 안 되는데,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 보면 대중적이진 않았어도 임팩트는 강했던 거 같다.

이분들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분들이 초대한 손님들도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영화관을 한다고 그랬다. 요즘 올드한 걸 힙하게 만드는 게 유행이라지만 영화관이라..

모빌스(모베러웍스)란?

채널주인분이 네카라쿠배 디자이너 출신인가 그렇고, 초반에는 디자인 외주? 디자인 협업 같은 느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현대 직장인, 스타트업 다니는 사람들에게 공감이 많이 됐다. 무슨 asap(as slow as possible), 월급협상때 입으라는 티셔츠나 모자 이런 거였고. 이렇게 생각하면 디자인은 시각 요소가 다가 아니라, 담으려는 메시지와 기획, 감정도 포함되는 거 같다.

아무튼,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디자인을 잘하는,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뭐랄까 남들이 신경쓰지 못하고 대충 넘겼던 부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 같다. 무비랜드도 비슷했다. 당연하게 영화를 보고 오는 경험은 cgv,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 맞춰져있었는데 그 전후, 사이사이 경험을 많이 신경쓴 듯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대

들어가면 이름을 말하고 티켓을 받는다. 스태프는 싱그럽게 “00님 환영합니다, 설명해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이름을 듣는 경험은 낯간지럽지만 기분 좋은 경험 같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직급이나 직함, 직업으로 불린다. 이 이름이 얼마나 강력하면 진상들이 하는 말이 다들 비슷하지 않은가. “당신 이름 뭐야”

내부 구성

카운터 왼쪽에는 기념품이, 맞은편에는 위 사진처럼 스낵바가 있다. 생각보다 메뉴가 엄청 다양하진 않은 게 아쉬웠다. 이렇게 공간을 잘 꾸며놨으면 메뉴도 특이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나보다.

신기한 경험은 실크스크린 즉 프린팅을 찍어볼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알았으면 티셔츠를 가져갈 걸 그랬다. 상영하는 영화와 관련된 그래픽을 직접 만들어 찍어주는 듯 했다.

영화보러가기 전에도 영화를 위한 곳

1층은 매점 겸 굿즈샵. 2층은 대기공간. 3층은 상영공간이다. 대기공간이 제일 좋았는데 이게 처음 언급한 영화를 보러가기전부터 영화를 본 후의 경험까지 신경써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와 관련된 온갖 책과 굿즈가 있고, 2인용 테이블, 1인용 좌석 등 커플, 1인 등 다양한 사람을 커버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영화 관람평이나 기대평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영화소품 영화인들의 사인 이런 것도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곳이었다.

기존 영화관들은 어떤가? 영화를 보기 전 시간은 정말 붕 뜬 시간일 뿐이다. 아무리 그 공간이 넓어도 할 게 없다. 필자도 기존 영화관에서는 광고도 보기 싫어 늘 5분 늦게 들어간다. 내부 공간도 좌우 팔걸이가 살짝 넓었고, 오렌지 좌석은 고급스럽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아쉬운 점

앞뒤로 좋은 말을 많이 할 테니 단점부터 미리 말하고 가겠다.

광고

광고를 하는데 기성영화관에서 보던 광고랑 다른 광고였다. 구글, 토스, 그리고 작은 패션브랜드 같았는데. 아마 무비랜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광고지면을 판매하고, 광고주를 따로 받는듯 했다. 잘 못 보던 광고를 보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으나 광고가 있다는 안내를 못 받았던 거 같다는 거다(혹시 티켓이나, 1층에서 안내해줬을 수도 있고, 화장실 간 사이 공지로 알려줬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다)

기성영화관은 광고가 있는 게 당연해서 필자는 늘 시작후 5분 정도 뒤에 들어간다. 이번엔 제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그런데 10분 내내 광고를 봐야 했다.

하나의 상영관

관이 하나인 것도 약간 아쉬웠다. 이건 이용하면서 느낀 점이라기보다는, 예약하려 할 때 느낀 점이긴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골라볼 수 없는 점?

무비랜드 수익은 어떨까?

이런 공간에 있다보면 늘 수익을 상상해보게 된다. 영화 1편의 가격은 2만원. 좌석은 30개. 2시간 상영해도 최대한의 수익은 60만원이다. 물론 굿즈 + 팝콘 등의 수익도 있겠지만 스태프+개인 인건비를 생각하면 크진 않을 거다. 게다가 아마 모티비 유튜브에서 본 거 같은데, 영화를 들여오고 상영할 때 드는 비용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대관도 있다. 그리고 광고도 있다. 그리고 GV도 한다. 저번에는 아예 캐리어 브랜드인 리드볼트가 후원하는? 티켓값을 내주는 형태의 행사도 있었다. 이건 분명 60만원 이상의 비용일 거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무비랜드는 좌석 수익이나 광고 수익 정도가 다는 아닐 거 같다.

무비랜드에 대한 개인적 의견

구독자 7만, 최근 조회수 몇천~최대 2만. 이런 채널에 온갖 영화인, 예능인, 사업가가 출연한다. 구독자수 대비 엄청난 섭외력이다. 채널 규모가 다가 아니고 영향력이 중요하듯, 모티비와 무비랜드는 수익이 다가 아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유튜브에서 가지는 임팩트는 작아졌어도, 무비랜드는 오프라인에서 자신들만의 속도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빠르게 퍼지고 사라지는 콘텐츠 흐름 속에서, 이들은 정성 들여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조용히 끌어모은다.

무비랜드를 나오면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단순히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 전후의 감정과 기다림, 공간, 사람의 온기까지 포함된 경험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이 경험은 대단히 새롭거나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깨워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환대, 이름을 불리는 경험, 그날의 영화에 맞춰 만들어진 작은 굿즈, 대기 공간에 쌓아둔 취향들. 이런 사소하지만 섬세한 무언가들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 무비랜드의 진짜 가치는 수익이나 규모가 아니라 ‘좋은 경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어떤 영화가 상영될지, 또 어떤 경험이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성수의 작은 영화관, 무비랜드였다. 요즘 사람들이 영화값이 아깝다는데, 필자도 영화관에서 제값주고 보면 아까운데 돈이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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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사회인 파타과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