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탠다드가 아닌 유니클로 패딩을 사는 이유

무탠다드보다 유니클로를 고른 이유. 선택이 단순하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가 주는 편안함이 다르다. 스파 브랜드 경쟁의 본질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
무탠다드가 아닌 유니클로 패딩을 사는 이유

패션 블로그에서도 잠시 적었지만 무탠다드는 유니클로의 아성을 넘기가 힘들 거 같다. 무신사 크리에이터로서 이런 글을 적기 민망하긴 하지만.

그 이유를 유니클로 패딩을 사는 과정으로 적어보겠다.

단순한 선택과정

유니클로의 패딩은 딱 두가지다.

경량패딩(솜패딩)

다운(구스, 덕 등 동물 깃털)

아주 심플하다. 물론 카테고리에서 디자인이 갈리긴 하는데

그래도 경량 디자인 10개 내외

다운 디자인 4개다.(GU는 제외했다)

콜라보 디자인을 뺀다면 사실 근본 디자인류는 각각 2개에서 4개 정도밖에 안 된다.

무신사는 어떤가. 숏 패딩만 해도 200개고, 롱패딩까지 하면 거의 300개일 거다. 여기서 무탠다드 스포츠류를 추가하면 거의 400개일 거고.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무탠다드도 무신사에서 밀어주는 카테고리로서 원가 높고 그런 거 아는데, 뭐 좀 살려고 들어가보면 종류가 많아서 어질어질하다.

그래서 보통은 높은 가격순or 높인 할인가순으로 해서 보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든다. 이게 맞을까? 이 디자인이 최선일까? 혹시 내가 못 본 종류가 있진 않을까?

무탠다드는 왜 이렇게 하는가

3~4년 전 일본에 대한 혐오바람이 있었다. 이유는 기억 안 나는데.

유니클로 광고에서도 위안부나 일제시대를 정당화하는 그런 광고가 있어서 논란이 있었고, 매장이 꽤 많이 날라간 정도로 기억한다. 특히 강남 같은 시그니처 매장들이.

그 때 에잇세컨즈나, 탑텐 같은 국산 스파가 많이 올라왔고 무탠다드도 이때 적극 진행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국산 스파중에서는 무탠다드가 제일 낫다.

일단 종류, 물량, 컬러 제일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잘 뽑고.

온라인이라는 특성 떄문에 기타 비용이 적어서인지, 제품에 들이는 비용도 높은 거 같다.

무신사라는 앱과의 연동으로 할인+포인트+반품 등 엄청 자유롭다. 폰 하나면 딸깍 끝.

무탠다드의 한계

https://blog.naver.com/patagwania/223410816551

이전 블로그에서 무탠다드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적어봤다.

첫 번째는 이름(사실 유니클로도 유니크 +클로딩 에서 시작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무신사+ 스탠다드 라는 이름으로 전자에는 학생 이미지를, 후자에는 중저가 이미지를 풍기게 된다.

두 번째는 문화.

유니클로가 일본 최고의 편집자를 데려와 잡지를 만들고 무료 배포하고, 전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최고의 디자이너와 콜라보해서 정말 의복 문화를 만들어가는 반면 무탠다드는 스냅 정도만 있지 정말 삶이나 상황 곳곳에 녹아든 모습을 보기 힘들다.

특히 유니클로는 걸출한 디자이너들과의 지속적 협업으로 매년 (비슷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 걸 보면 다음이 기다려진다.(르메르, 화이트마운티니어링, 니들스 등)

저 글을 적고 얼마 안 돼서 무탠다드도 아티스트랑 콜라보하고 이런 걸 보긴 했었는데, 큰 임팩트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도 문화나 씬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아는데 무탠다드 크리에이터로서 소개할 만한 재밌는 제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세 번째는 가격인데,

유니클로의 가격은 양말류 같은 걸 제외하면 보통 20만원대로 살 수 있다.

제일 비싼 패딩류가 16만원 정도고 보통 10만원 내로 모든 제품이 구매 가능하다.

그런데 무탠다드는 티셔츠부터 40만원 60만원대까지 제품 가격이 올라온다.

가격은 그 브랜드를 연상시키게 하는 요소기도 하다.

‘아 유니클로, 10만원 정도면 기분 좋게 쇼핑하지’ ‘아 아이폰, 한 100만원 하지’

‘ 아 무탠다드, 티셔츠도 팔고 40만원짜리 자켓이랑 60만원짜리 무스탕도 있던데’

이렇게 인식이 분산되고 있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만

개인적으로도 유니클로의 옷이나 사업 방식, 철학, 디자인에 대해 만족중이나 딱 한 가지 단점이자 불만, 그리고 무탠다드의 장점이라고 하면 접근성이다.

구매, 포인트, 쿠폰, 적립, 리뷰, 반품 무신사는 너무 편하다.

유니클로는 매번 로그인 해야 하고, 로그인 해서 산다고 해도 어떤 혜택도 없다. 게다가 언제 얼마나 세일하는지도 모르고 저번주에 산 옷이 갑자기 몇만원씩 세일할때도 있다.

무탠다드는 어느 정도 세일하더라도 내가 적당히 쿠폰이랑 뭐 먹여서 샀으면 그래도 정가보다는 싸게 샀지 생각하게 된다.

가격 정책은 자유긴 하지만, 세일이 어느 정도 들어갔다는 느낌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긴 하니까.

결론

패딩을 2~3년에 한 번은 사는데 몇 년전엔 무탠다드를 샀다가 이번엔 유니클로를 샀다. 그 이유는 위와 같다.

물론 가격은 무탠다드가 싸다. 다운류도 무탠다드가 싼 제품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선택이 좀 귀찮아졌다. 유니클로 세일이나 중고를 뒤지기보다, 딱 두 세가지 디자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사는 게 편해졌다.

20대 패션병자에서 30대 직장인으로 넘어오면서 선택지를 많이 단축하고 구매경로를 줄이고 싶어졌는데, 무탠다드는 구매 과정 자체는 편하지만 구매 제품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고, 유니클로는 구매 과정 자체는 그럭저럭이지만 구매 제품이 단촐해 구매가 편하다.

각각의 장단이 있고 취향이 있으니 편한 걸로 선택하시길.

다만 나 같이 에너지를 아끼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현재의 무탠다드 제품군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피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같은 30, 나아가 40,50,60까지 가려면 제품군을 더 줄여야 하지 않을까? 아마 내부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겠지만.

한 1년 뒤에 제품군이 얼마나 줄었나 한번 체크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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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사회인 파타과니아